
나는 이 살풀이를 재즈라는 형식에 중독된 사람들에게 들어보길 권하고 싶다. 스스로의 피를 들끓게하는 환희를 가져다주지 못하는 프리 재즈란 무의미한 자기만족에 불과할 뿐이다. 이 곡은 재즈를 초월한 재즈이다.
살풀이춤은 무속 의식에서 '액을 풀어낸다'는 뜻으로 무속에서 파생된 것으로 본다. 이것은 무속음악 가운데 살풀이라는 남도 무악장단에 맞추어 추는 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오늘날 상연되고 있는 한국 무용 가운데 오랜 역사와 함께 전국적으로 광범위한 분포를 지니고 전승되고 있다고 한다..
살풀이춤은 고운 머리에 비녀를 꽂고 흰 저고리와 치마에 버선 그리고 옷고름이 늘어진 한복에다 하얀 수건을 가지고 추는춤이다..
이 수건을 오른팔에서 왼팔로 옮기고, 또 던져서 자리에 떨어뜨린 뒤 몸을 굽혀 엎드려서 수건을 어르고 그 다음에 집어들고 일어서서 빠른 장단에 맞추어 공간에 수건을 휘날리며 추는 정중동(靜中動)의 미가 극치를 이루는 신비스럽고도 환상적인 춤이다.. 발동작은 고결하면서 온누리를 세밀히 다지는 듯 한다...
이는 대접을 받지 못하는 여기(기생)들의 한과 슬픔의 생활을 환희의 세계로 승화시키는 인간 본연의 이중 감정을 표현한 것이라 한다..
신명의 춤으로서 살풀이는 춤의 황홀경에서 세속적인 속박들을 끊어버리게 하여 자신이 모든 세계와 어우러져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춤인 것이다..
슬픈 듯 싶은가 하면 잔잔히 어깨에 율동이 일고, 구수한 가락이다 싶은데 처절한 절규와도 같고, 따뜻한 인간의 육성이다 싶은데 신비스런 피안의 소리와도 같은 음악, 그것이 곧 구음 살풀이의 감흥이요 본질이다...
한국 여인의 美 (살풀이춤) 월간 레일로드 96년 11월호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