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읽으면 마음이 편안한 시모음

윤정의 일상 2008. 7. 9. 22:24

출처 : 김필녀시인과 풍기인삼이야기
글쓴이 : 김필녀 원글보기
메모 :





 


나무의 마음으로 / 이해인


참회의 눈물로 뿌리를 내려
하늘과 화해하는
나무의 마음으로 선다

천만 번을 가져도 내가 늘 목마를 당신
보고 싶으면
미류나무 끝에 앉은
겨울 바람으로 내가 운다

당신이 빛일수록
더 짙은 어둠의 나

이 세상 누구와도 닮은 일 없는
폭풍 같은 당신을 알아 편할 길 없다

오늘은 엇갈리는 만남의 비극 속에
내일은 열리는가

땅 위의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내 존재의 끝은 당신

편히 잠들 날 없는
가장 정직한 나무의 마음으로
당신 앞에 선다

 

 

 

길 / 이해인


아무래도
혼자서는
숨이 찬 세월

가는 길
마음 길
둘 다 좁아서

발걸음이
생각보단
무척 더디네

갈수록
힘에 겨워
내가 무거워

어느 숲에 머물다가
내가 찾은새
무늬 고운 새를 이고
먼 길을 가네

 

 

 

나의 하늘은 / 이해인

그 푸른빛이 너무 좋아
창가에서 올려다본
나의 하늘은
어제는 바다가 되고
오늘은 숲이 되고
내일은 또
무엇이 될까

몹시 갑갑하고
울고 싶을 때
문득 쳐다본 나의 하늘이
지금은 집이 되고
호수가 되고
들판이 된다

그 들판에서
꿈을 꾸는 내 마음
파랗게 파랗게
부서지지 않는 빛깔

하늘은
희망을 고인
푸른 호수

나는 날마다
희망을 긷고 싶어
땅에서 긴 두레박을
하늘까지 낸다

내가 물을 많이 퍼가도
늘 말이 없는
하늘

 

 

 

 

다시 겨울 아침에 / 이해인

몸 마음
많이 아픈 사람들이
나에게 쏟아놓고 간 눈물이

내 안에 들어와
보석이 되느라고
밤새 뒤척이는
괴로운 신음소리

내가 듣고
내가 놀라
잠들지 못하네

힘들게 일어나
창문을 열면

나의 기침소리
알아듣는
작은 새 한 마리
나를 반기고

어떻게 살까
묻지 않아도

오늘은 희망이라고
깃을 치는 아침 인사에

나는 웃으며
하늘을 보네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방문자수Total

  • Today :
  • Yesterd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