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들국화
홈
태그
방명록
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심청가 곽씨 유언 대목부터 - 안향련
윤정의 일상
2008. 7. 18. 12:54
심청가6 - 안향련
그 때여 곽씨부인은
<아니리>
그때 곽씨부인(郭氏婦人)은, 산후(産後)에 손대 없어, 찬물에 빨래를 하였든가,
뜻밖에 산후별증(産後別症)이 일어나는데, 아이고 배야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다리야. 사대삭신 육천마디가 아니아픈데가 전혀 없네. 곽씨부인(郭氏婦人),
아무리 생각하여도, 더 살 길이 전혀 없는지라. 유언(遺言)을 하는데,
<진양조=진계면>
가군(家君)의 손길 잡고, 유언(遺言)하고 죽더니라. 아이고 여보 가군(家君)
님, 내평생(平生) 먹은 마음, 앞 못 보는 가장(家長)님을, 해로백년(偕老百年)
봉양(奉養)타가, 불행망세(不幸忘世) 당하오면, 초종장사(初終葬事) 마친후에,
뒤를 쫓아 죽자터니, 천명(天命)이 이뿐인지, 인연(因緣)이 끊쳤는지, 하릴없
이 죽게되니, 눈을 어이 감고 가며, 앞 어둔 우리 가장(家長), 헌옷 뉘라, 지
어주며, 조석공대(朝夕恭待) 뉘랴하리. 사고무친(四顧無親) 혈혈단신(孑孑單
身), 의탁(依託)할 곳 전혀 없어, 지팡막대 흐터집고, 더듬 더듬 다니시다, 구
렁에도 떨어지고, 돌에 채어 넘어져서, 신세(身世) 자탄(自歎) 우는모양, 내
눈으로 본 듯하고. 기갈(飢渴)을 못 이기어, 가가문전(家家門前) 다니시며,
밥좀 주오 슬픈 소리, 귀에 쟁쟁(錚錚) 들이는듯. 나 죽은 혼백(魂魄)인들 차
마 어이 듣고 보리. 명산대찰(名山大刹) 신공(神功)드려, 사십후(四十後)에
낳은 자식, 젖 한번도 못 먹이고, 얼굴도 채 모르고, 죽단말이 웬말이요. 이
일 저일을 생각하니, 멀고 먼 황천(黃泉)길은, 눈물 겨워 어이 가며, 앞이 막
혀 어이 가리.여보시오 가군님. 뒷마을 귀덕(貴德)어미, 정친(情親)하게 지냈
으니, 저 자식을 안고 가서, 젖 좀 먹여 달라 하면, 괄시 아니 하오리다. 저
자식이 죽지 않고, 제발로 걷거들랑, 앞을 세워 길을 물어 내 묘(墓) 앞에
찾아 오셔, 모녀상면(母女相面)을 하여주오. 할 말은 무궁하나, 숨이 가뻐서
못 하겠소.
<중머리=진계면>
아차 아차 내 잊었소. 저 아이 이름일랑, 청(淸)이라고 불러주오. 저 주려 지
은 굴레, 오색비단(五色緋緞) 금자(金字)박어, 진옥(眞玉)판 홍사(紅絲)수실,
진주(眞珠)느림 부전 달아, 신행함(新行函)에 넣었으니, 그것도 채워주고, 나
라에서 하사(下賜)하신, 크나큰 은(銀) 돈 한푼, 수복강녕(壽福康寧) 태평안
락(泰平安樂), 양편에 새겼기로, 고운 홍전(紅氈) 교불줌치, 끈을 달아 두었
으니, 그것도 채워주고, 나 끼던 옥지환(玉指環)이, 손에 적어 못 끼기로, 농
안에 두었으니, 그것도 끼워주오. 한숨 쉬고 돌아누어, 어린아이를 끌어다
낯을 한대 문지르며, 아이고 내 자식아, 천지(天地)도 무심(無心)하고, 귀신
(鬼神)도 야속하구나. 네가 진즉 섬기거나, 내가 조금 더살거나, 너 낳자 나
죽어니, 가이없는 궁천지통(窮天之痛)을 너로 하여금 품게되니, 죽는 어미
산 자식이, 생사간(生死間)에 무슨 죄(罪)냐, 내 젖 망종 많이 먹어라. 손길
을 스르르 놓고, 한숨지어 부는 바람, 삽삽비풍(颯颯悲風) 되어 불고, 눔물
맺쳐 오는 비는 소소세우(蕭蕭細雨) 되었어라. 포깍질(딸꾹질) 두 세번에, 숨
이 더럭 지는구나.
심청가7 - 안향련
심봉사는 아무런 줄을 모르고
<아니리>
그때의 심봉사, 아무런줄 모르고, 여보 마누라, 사람이 병(病)든다고, 다죽을
까. 내 의가(醫家)에가, 약(藥)지어 올테니, 부디 안심하오. 심봉사 약(藥)을
얼른 지어와, 수일승 전반(煎盤) 위에 얼른 다려, 짜들고 방으로 들어와, 여
보 마누라, 이약 자시면, 즉효(卽效)한다 하옵디다. 아무리 부른들, 죽은 사
람이, 대답할리 있겠느야. 그제야 심봉사, 의심이 나서 양팔에 힘을 주어, 일
으키려고 만져보니, 허리는 뻣뻣하고, 수족은 늘어져, 콧궁기 찬김나니, 그제
야, 죽은줄 알고, 실성발광(失性發狂)을 하는데, 서름도 어지간해야, 눈물도
나고, 울음도 나지, 워낙 아람이 차나노면, 뛰고 미치는 법이였다.
<중중머리=진계면>
심봉사 기절하여 떴다 절컥 주저 앉으며, 들었던 약그릇을, 방바닥에 내던지
며, 아이고 마누라. 허허 이것이 웬일이요. 약지러 갔다오니, 그새에 죽었네.
약능활인(藥能活人)이요, 병불능살인(病不能殺人)이라더니, 약이 도리어 원수
로다. 죽을 줄 알았으면 약지러도 가지말고, 마누라 곁에 앉아, 서천서역(西
天西域) 연화세계(蓮花世界), 환생차(環生次)로 진언(眞言) 외고,염불(念佛)이
나 하여줄껄, 절통하고 분하여라. 가슴 쾅쾅 두드려, 목재 비질을 덜컥, 내려
둥굴 치둥굴며, 아이고 마누라, 저걸 두고 죽단 말이요. 동지(冬至)섣달 설한
풍(雪寒風)에 무얼 입혀 길러내며, 뉘젖 먹여 길러낼꺼나. 꽃도 졌다 다시피
고, 해도 졌다 돋것만은, 마누라 한번 가면, 어느 년(年) 어느때, 어느 시절
에 돌아와. 삼천반도(三千蟠桃) 요지연(遙池宴)에, 서왕모(西王母)를 따라가.
황릉묘(黃陵墓) 이비(二妃)함께 회포(懷抱) 말을 하러가. 천상(天上)에 죄(罪)
를 짓고, 공(功)을 닦으려 올라가. 나는 뉘를 따라 갈거나. 밖으로 우루루,
나가더니, 마당에 엎드러져, 아이고 동내(洞內) 사람들, 차소위(此所謂) 계집
추는 놈은 미친 놈이라 하였으나, 현철(賢哲)하고 얌전한 우리 각씨가 죽었
소. 방으로 더듬 더듬 들어가, 마누라 목을 덜컥 안고, 낯을 대고 문지르며,
아이고 마누라, 재담(才談)으로 이러나. 농담(弄談)으로 이러나. 실담(失談)으
로 이러는가. 이 지경이 웬일이요. 내 신세(身世)를 어쩌라고, 이 죽음이 웬
일인가.
심청가8 - 안향련
이렇듯 울고 불고 야단이 났을 적에
<아니리>
동리사람들이, 모두 모여들어, 여보 봉사님, 사자(死者)는 불가부생(不可復
生)이라. 죽은 사람 따라 가면, 저 어린 자식은, 어찌하려오. 곽씨부인 어진
마음, 동리 남녀노소없이, 모여들어, 초종지례(草終之禮)를 마치는데, 곽씨시
체 소방상(小方狀)댓돌 위에, 덩그렇게 모셔 놓고, 명정공포(銘旌功布) 삽선
등물, 좌우(左右)로 갈라 세우고, 거릿제를 지내는데, 영축기가(靈軸旣駕) 왕
즉유택(往卽幽宅), 재진견례(載陣遣禮) 영결종천(永訣終天) 관음보살(觀音菩
薩).
<중머리=계면>
요령은 땡그랑 땡그랑 땡그랑. 어허넘차 너와너, 북망산천(北邙山川)이 멀다
더니, 저건너 안산(案山)이, 북망(北邙)이로다. 어허,넘처 너화너. 새벽 종달
이 쉰길 떠, 서천명월(西天明月)이 다 밝아온다. 어허 넘차 너화너, 물가 가
재는 뒷걸음을 치고, 다람쥐 앉아서, 밤을 줍는데, 원산(遠山) 호랑이 술주정
하네 그려. 어 넘차 너화넘.
인정(人定)치고 파루(罷淚)를 치니, 각댁(各宅)하님이 개문(開門)을 하네그려.
어, 넘차 너화너. 어너 어너 어어으 넘차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그때의 심
봉사는, 어린 아이를 강보(襁褓)에 싸서 귀덕어미에게 맡겨두고, 꼭 죽어도
굴관제복(屈冠制服)을 얻어 입고, 상부 뒷채를 검쳐 잡고, 아이고 마누라. 나
하고 가세. 나하고 가세. 눈먼 가장(家長) 갓난 자식을 불고인정(不顧人情)을
버리시고, 영결종천(永訣終天) 하네그려, 산첩첩(山疊疊) 노망망(路茫茫)에,
다리 아파 어이가리. 일침침(日沈沈) 월명명(月暝暝)에, 주점(酒店)이 없어서,
어이 가리. 부창부수(夫唱婦隨) 우리 정분(情分), 나와 함께 가사이다. 상여
(喪輿)는 그대로 나가면서, 어허 넘차 너화넘.
<중중머리=계면>
어허넘 어허넘, 어이가리, 넘차 너화넘. 여보소 친구네들 이내 말을 들어보
소. 자네가 죽어도 이길이요, 내가 죽어도 이길이로다. 어허 넘차 너화넘. 어
너 어너 어으으 넘차. 어이가리 너화넘.
심청가9 - 안향련
산천에 당도하야 고이 안장헌 연후으
<아니리>
산천(山川)에 올라가, 깊이 파고 안장(安葬)한 후, 평토제(平土祭)를 지낼적
에, 심봉사가 이십후(二十後), 안맹인(眼盲人)으로, 그전글이 또한 문장(文章)
이라. 축문(祝文)을 지어 외는데, 「차호부인(嗟乎夫人) 차호부인(嗟乎夫人),
요차요조(邀此窈窕) 숙녀혜(淑女兮)요. 행불구혜(行不苟兮) 고인(古人)이라.
기백년지(幾百年之) 해로(偕老)터니 홀연몰혜(忽然沒兮) 언귀(焉歸)요, 유치
자이(遺稚子而) 영서혜(永逝兮)여, 저걸 어이 길러내어, 누삼삼이(淚森森而)
칠금혜(漆襟兮)여, 진한 눈물 피가 되고, 심경경(沈耿耿)이 소허하여, 살길이
바이없네.
<진양조=진계면>
주과포혜(酒菓哺醯) 박전(薄奠)하나, 만사(萬事)를 모두잊고, 많이 먹고 돌아
가오. 무덤을 검쳐 안고, 아이고 여보 마누라, 날 버리고 어디 가오. 마누라
는 나를 잊고 북망산천(北邙山川) 들어가, 송죽(松竹)으로 울을 삼고, 두견
(杜鵑)이 벗이 되니, 나를 잊고 누웠으나, 내 신세를 어이하리. 노이무처(老
而無妻) 환부(鰥夫)라니, 사궁중(四宮中)에 첫 머리요, 아들없고 눈 못보니,
몇가지 궁(窮) 이 되단 말가. 무덤을 검쳐 안고, 내려 둥굴 치 둥굴며, 함께
죽기로만 작정을 한다.
심청가10 - 안향련
동네 사람들이 만류하야
<아니리>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어, 여보 봉사님, 죽은 사람 따라가면, 저 어린 자식을,
어쩌시려 하오. 어서 어서 가옵시다. 심봉사 하릴없어, 역군(役軍)들께 붙들
려, 집으로 돌아 올제, 동인(洞人) 들께 백배치하(百倍致賀), 하직(下直)하고,
<중머리=계면>
집이라고 들어오니, 부엌은 적막(寂寞)하고, 방안은 휑 비었는데, 심봉사 실
성발광(失性發光), 미치는데, 얼싸덜싸 춤도 추고, 하하 웃어도 보며, 지팡막
대 흩어 짚고, 이웃집 찾아가서, 여보시오 부인님네, 우리 마누라 여기 왔소.
아무리 부르고 다녀도, 종적(踪迹)이 바이없네. 집으로 돌아 와서, 부엌을 굽
어 보며,
여보 마누라 마누라. 방으로 들어 가서, 쑥내향기(香氣) 피워 놓고, 마누라를
부르면서, 통곡으로 울음울제, 그때에 귀덕어미 아이를 안고 돌아와서 여보
시오 봉사님, 이애를 보더라도, 그만 진정 하시오. 거, 귀덕어민가. 이리 주
소 어디 보세. 종종 와서 젖 좀 주소. 귀덕어미는 건너 가고, 아이 안고 자
탄할제, 강보(襁褓)에 싸인 자식은, 배가 고파 울음을 우니, 아가 우지말아,
내새끼야. 너의 모친 먼데 갔다. 낙양동촌(洛陽東村) 이화정(梨花亭)에, 숙낭
자(淑娘子)를 보러 갔다. 죽상체루(竹上涕淚) 오신 혼백(魂魄), 이비부인(二
妃夫人) 보러 갔다. 가는 날은 안다만은, 오마는 날은, 모르겠다. 우지마라
우지마라. 너도 너의 모친이, 죽은 줄을 알고 우느냐. 배가고파 울음을 우느
냐. 강목수생(剛木水生)이로구나. 내가 젖을 두고, 안주느냐. 그져 응아 응아.
심봉사 화가 나서, 안았던 아이를, 방바닥에다 미닫치며, 죽어라 썩죽어라.
네 팔자가, 얼마나 좋으면, 초칠 안에 어미를, 잃어야. 너 죽으면, 나도 죽고
나 죽어면, 너도 못 살리라. 아이를 다시 안고, 아이고 내새끼야. 어서어서
날이 새면, 젖을 얻어 먹여주마. 우지마라 내 새기야.
출처
: 국사모(국악을 사랑하는 모임)
글쓴이
: 느티
원글보기
메모
: 심청가
공유하기
게시글 관리
내사랑들국화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