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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역대 대통령 휘호 등 경매시장 선호도… 박정희·김대중·윤보선·김영삼 順

윤정의 일상 2009. 9. 3. 20:07

박정희 한글 휘호 '개척과 전진' 6,300만원 역대 최고

‘박풍(朴風)’이 해를 거듭할수록 위력을 더하고 있다. 정치권 얘기가 아니다. 미술 경매시장에서 불고 있는 ‘박정희 바람’이다.

지난달 28일, 서울옥션의 103회 경매에서도 박정희 바람은 뜨거웠다. 제6ㆍ7대 국회의원을 지낸 최두고 씨의 저서(해는 다시 돋는다)에 써준 ‘민무신불립(民無信不立, 국민들은 신용이 없으면 자립할 수 없다)’글씨가 3,500만원에 낙찰된 것을 비롯. 국군의 날을 축하하는 서예 ‘필승(必勝)’, 1965년 주 스웨덴 대사 유재홍 대사에게 보낸 편지(종이에 타이핑,펜)가 각각 900만원과 340만원에 낙찰됐다.

같은 날 경매에서 조선시대 명필 추사 김정희 작품이 2,500만원, 석봉 한호 글씨가 2,000만원, 퇴계 이황의 서간문이 550만원에 낙찰된 것과 비교해 상당한 대우를 받은 셈이다.

특히 이날 경매에는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의 휘호 ‘근로(勤勞)’가 2,300만원에 낙찰돼 역대 대통령 작품에 대한 시장의 열기를 반영했다.

요즘 미술품 경매에서 전직 대통령들이 붓글씨로 쓴 휘호나 도자기, 유품 등은 전문 콜렉터나 마니아가 나설 정도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서울옥션과 K옥션의 경우 매회 경매에 대통령 휘호가 단골품으로 등장해 대부분 낙찰되고 있다

미술 경매시장에 대통령 작품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불과 3~4년 전이다. 선봉장은 단연 박 전 대통령. 그동안 수백만원대 정도로 평가받던 그의 글씨 값은 2002년 12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경제개발의 내외자 뒷받침에 힘쓰자’(1969년 작)란 글씨가 1,800만원에 낙찰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03년 2월 서울옥션 68회 경매에서 ‘자조정신’휘호는 4,000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휘호는 지난 9월까지 37점이 경매에 나와 26점이 낙찰됐다. 그의 한글 휘호 ‘개척과 전진’은 2004년 12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추정가(2,000~3,000만원)를 훌쩍 뛰어넘는 6,300만원에 낙찰돼 역대 대통령 휘호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6개월 전 서울옥션 88회 경매에 나온 한자 휘호 ‘국민총화 총화전진(國民總和 總和前進)’은 6,200만원에 팔렸다.

같은 경매에서 추정가 1,500만∼2,500만원에 한 세트로 나온 육필 원고와 사진 1장은 7,800만원에 낙찰됐다. 육필 원고는 ‘5·16 군사혁명의 역사적 배경’이란 제목의 200자 원고지 18장에 쓴 글이며 사진은 1977년 박 전 대통령이 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청와대 뜰에서 나란히 서서 찍은 흑백사진이다.

서울옥션 경매사 박혜경 이사는 “작품의 질에 따라 가격 차이가 나지만 일반적으로 박 전 대통령 작품 경우 사려는 사람이 많아 경쟁이 치열해 비싸게 팔린다”고 했다.

"작품성보다 역사성 따져"

박 이사는 “대통령 휘호는 통치 철학이나 성품이 잘 반영된 문구가 씌었을 때 높은 가격이 매겨진다”고 분석했다. 경제가 어렵고 안보 불안 등으로 박 전 대통령을 생각하게 하는 외부 요인도 경매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6,200만원에 낙찰된 ‘국민총화 총화전진’ 글씨가 그러한 예로 제8대 대통령 임기 중인 1977년 1월 1일에 쓴 것으로 수출 100억 달러 달성 등 경제부국의 의지를 담고 있다고 한다.

K옥션 최윤정 팀장은 “박 전 대통령 작품은 한자보다는 한글 서예가, 세로로 쓰인 것보다는 가로로 쓰인 것이, 그리고 새해에 쓴 것이 더 비싸게 팔린다”고 말했다.

K옥션이 지난 5월 실시한 경매에서 한글 친필 휘호 ‘꿈과 사랑과 슬기가 샘솟는 어깨동무’(1972년 작)가 3,500만원에 팔린 것을 비롯해 앞서 서울옥션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개척과 전진’, ‘자조정신’등이 그러한 예다.

이승만 전 대통령 작품은 2003년 2월 서울옥션 경매에 서첩(도산 안창호 것과 함께 1,150만원에 낙찰)이 처음 공개된 이래 이듬해 12월 축시가 850만원에 낙찰됐을 뿐 제대로 된 휘호는 지난 9월 서울옥션에 출품된 ‘근로’가 처음이다. 미술시장에서는 이 전 대통령의 서예 솜씨가 정평이 나 있어 경매에 나오면 고가에 팔릴 것이라는 평가한다.

윤보선 전 대통령의 작품은 2004년 서울옥션 경매에서 낙산에서 본 자연의 풍광을 담아낸 ‘낙산운표(洛山雲表)’가 400만원에 낙찰된 게 처음이다. 아직까지 그의 작품 중 최고가이다. 이듬해 1963년에 쓴 ‘임원무속정(林園無俗情, 숲과 정원은 세속의 일이 없다)’이 200만원에 팔리는 등 지금까지 8점이 경매에 출품돼 7점이 낙찰됐다.

최규하ㆍ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의 휘호는 아직 경매에 나온 적이 없다. 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의 작품은 2003년 2월 서울옥션 68회 경매 ‘우리의 얼과 발자취전’부터 출품되기 시작했다. 당시 김 영삼 전 대통령의 휘호 ‘호연지기(浩然之氣, 1999)’는 300만원, 김대중 전 대통령의 휘호 ‘응천순민(應天順民, 1988)’은 280만원에 팔렸다.

김영삼 전 대통령 작품은 지금까지 15점이 경탓?나와 13점이 낙찰됐다. 최고가는 그의 정치관을 담고 있는 휘호 ‘대도무문(大道無門)’으로 2004년 6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560만원에 팔렸다. 그밖에 1981년에 쓴 ‘행서시고’ 400만원, 같은 해 작품 ‘인자무적(仁者無敵)’440만원 등 대개 200만~500만원대의 낙찰가를 보였다. .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작품은 지금까지 7점이 경매에 나와 모두 팔렸다. 최고가는 2005년 2월 서울옥션 경매에 출품된 ‘민주구국(民主救國)의 길’휘호로 1,500만원에 낙찰됐다. 이어 지난 3월 K옥션 경매에 나온 ‘행동하는 양심으로 민주회복 조국통일’이 410만원에 팔렸다.

노무현 대통령의 작품은 일반 경매에 출품된 적이 없다. 2004년 인터넷경매 사이트 옥션에서 친필 휘호 ‘사람 사는 세상’이 501만원에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휘호는 노 대통령이 89년 국회의원 때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음식점을 방문해 즉석에서 쓴 것이다.

미술 경매시장에 나온 전직 대통령들의 휘호는 박정희, 김대중, 윤보선, 김영삼 전 대통령 순으로 선호도가 높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또한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의 서예 작품은 일반 서예 작품과 달리 작품성보다는 역사성에 의해 결정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서울옥션 이학준 사업본부장은 “작품의 값은 예술성과 비례하지만 대통령들의 작품은 예술성과는 관계없이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의 작품인 조선시대 명필들보다 비전문가인 대통령들의 작품이 경매에서 각광받고 높은 가격에 팔리는 배경에 대해 이 본부장은 “글씨가 곧 사람이란 생각에서 서예 작품을 글씨를 쓴 역사적 인물의 인격과 동일시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서울옥션 경매에서 최고가(6,300만원)를 기록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개척과 전진’은 70년 신년 휘호 중의 하나로 필체가 힘이 있으면서도 강직함이 느껴진다. 70년은 경제 분야에서 남해고속도로 기공 및 인천화력발전소 준공, 경부고속도로 전면 개통, 4대강 유역 종합개발계획을 확정하는 등 많은 활동과 성과를 이루어 낸 해로 친필 휘호가 ‘경제 대통령’박정희와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는 게 이 본부장의 설명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민주구국의 길’휘호는 76년 김 전 대통령이 3ㆍ1민주구국선언으로 투옥된 후 정치활동을 재개하던 때인 80년 봄에 쓴 것으로 ‘역사성’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정치적 지지자 등 마니아층 형성"

역대 대통령들의 작품 가격이 천차만별인데는 구매자가 누구인가도 크게 작용한다는 게 옥션측의 설명이다..

이학준 본부장은 “역대 대통령의 휘호를 소장하고 있거나 위탁자, 컬렉터 대부분은 특정 인물에 대해 남다른 신뢰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는 마니아와 어느 정도 재력가들이 구매층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의 휘호 ‘개척과 전진’을 구입한 사람은 50대 사업가로 박 전 대통령 작품의 단골 고객이라고 한다.

K옥션 경매에 출품된 ‘어깨동무’낙찰자는 박 전 대통령의 철학을 선호하는 교수로 알려졌으며 ‘근면 성실 인내’(2,500만원)는 모 기업 대표가 어렵던 시절을 잊지 않기 위해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동하는 양심으로 민주회복 조국통일’낙찰자는 김 전 대통령의 통일관을 지지하는 모 대학 교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 경매시장에 나타난 전직 대통령들의 작품 가격은 그들에 대한 지지도와 무관하지 않다. 박 전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를 고수하면서 그의 작품은 경매시장에서 ‘블루칩’으로 통한다.

역대 대통령의 작품이 예술성보다 역사성에 의해 좌우된다는 점에서 미술 경매 시장은 작품을 통해 한 시대를 읽는 또 다른 창이 되고 있다.
출처 : HOTSOUL
글쓴이 : 핫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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