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은 왜 피우고 어떤 의학적 효능이 있을까?“내 한 몸 태워 당신을 밝히오리다” |
사찰에 가면 부처님께 절을 올리기 전 향(香)을 피운다. 또 차를 우려 마실 때 향을 피우며, 대부분의 불교의식에도 향은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요즘은 스님과 불자가 아닌데도 일부 가정에서 향 피우는 일이 늘고 있다. 향을 이용한 각종 병 치료법이 나오고 다양한 종류의 향이 개발되면서 어느 새 향은 우리 일상 깊숙이 파고들어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향은 왜 피우고 그 향의 기원은 어디이며 어떤 의학적 효능이 있는 지를 알아보았다.
신라시대 아도화상때 불교와 함께 전해진 듯 우울증.숙면.진통등 신경안정 치료에 좋아 집안서 피울 땐 악취제거.살균에 효과 탁월
불교에서 향은 부처님께 바치는 대표적인 6가지 공양물 중 하나로, 해탈향(解脫香)이라 해서 ‘해탈’을 의미한다. 자신의 몸을 태워 만들어낸 향기가 주변을 맑게 하므로 희생을 뜻하기도 하고 화합과 공덕을 상징하기도 한다. 또 비록 형상은 없어도 먼 곳까지 훈훈히 풍기는 만큼 보이지 않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널리 퍼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향을 싼 종이에서 향내가 나온다는 말도 이와같은 맥락이다. 불교에서 향은 보이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남아 제 역할을 실천하는 그런 향기이다. 때문에 향 피우기를 수행과 연관시켜 삶의 내면에 향기를 품고 살 것인지 악취를 품고 살 것인지를 화두로 삼기도 한다. 또 향은 불복장물에 사악한 기운이 스며들지 않기를 기원하는 의미와 방충제 역할도 동시에 수행한다. 우리나라 전통향의 유래는 불교에서 찾을 수 있다. ‘향기를 찾는 사람들’의 대표 박희준씨는 <삼국유사>의 기록으로 이를 설명한다. 그는 향의 도입시기와 불교 도입 시기를 맞물리게 바라보며 이를 신라에 불교를 전한 아도(阿道-묵호자)화상과의 관계에서 찾는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불교가 신라의 국교가 되기 전인 19대 눌지왕 때, 중국의 양나라에서 의복과 함께 향을 보내 왔는데, 이 향으로 아도화상이 공주의 병을 고쳤다고 밝히고 있다. 아도화상은 “향을 태우면 그 정성이 신성한 곳에 이른다”라고 말했다 한다. 이 기록은 향이 불교의 유입을 통해 전래됐으며 단순히 방향제가 아닌 질병의 치료에 쓰였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진설명>향을 활용한 각종 병치료법이 나오고 다양한 전통향이 개발되면서 생활 속에 깊숙이 파고든 향은 어느새 새로운 문화가 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조계사에서 향공양하는 한 불자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향을 집에서 사용하는 이유는 대부분 그 독특한 향내가 악취를 제거하고 살균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사찰에 가서 향내를 맡으면 왠지 기분이 안정되고 맑아지는 느낌이 드는 것은 이 영향이라 할 수 있다. 향이 신경을 안정시키며 병 치료에 효과적이고 특히 우울증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은 이미 실험용 쥐의 행동실험을 통해서도 입증된 바 있다. 동국대 일산불교병원 신경정신과 구병수 교수와 동국대 생명과학기술연구소 이동훈 교수 등 공동연구팀은 지난 2004년 연꽃 향을 실험용 쥐에 투입,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연꽃에서 향을 추출해 이를 실험용 쥐에게 일주일간 하루에 두 번 2시간씩 쐬게 했더니 전혀 향내를 맡지 않았던 쥐와 달리 연꽃향을 쐰 쥐에게서 숙면.진통.기억증진.신경안정.항 우울 효과가 나온 것. 구병수 동국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동물의 행동실험을 통해 연꽃향이 우울증 치료와 신경안정, 기억증진의 효과가 있음이 일부 밝혀져 이를 최종 임상실험으로 확인해 상품화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구 교수 등 공동연구팀은 앞서의 실험성공을 기반으로 연꽃향처럼 자연과 불교, 한약재를 소재로 한 천연향을 잇달아 연구할 계획이어서 향에 대한 일반의 의학적 관심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