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참법문(小參法門)은 선원의 조실스님
(또는 그에 상응하는 어른 스님)께서
특별한 격식을 갖추지 않고 선원의 큰 방에서
대중 스님들에게 들려 주시는 법문을 말한다.
소참법문(小參法門)-15
옛날 과거 스님 말씀에 '마음 달이 뚜렷이
밝아서,그 마음 달빛이 삼천대천세계 우주를
다 집어 삼켰다.'는 거여.
다 집어 삼켰으니까 우주도 없어졌지.
빛도 없어지고 경계도 다 없어 졌는데, 다시 무엇인고?
순전히 화두 하나만 남은 게지. 나도 없고
우주도 없고 오직 무엇이냐?
탁 모르는 화두 하나를 타파하는 것이
이게 화두의 원리여.
우리가 뭔가 한계를 두고 의심을 하면 그 한계
안의 것 밖에 몰라. 예를 들면
내가 주먹을 쥐고 '이 주먹 안에 뭐가 들었노?' 하고
의심하여 알아 봐야 이 주먹 안의 것 밖에 몰라.
그 전에 내가 탁발하고 다닐 적에 남해의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자고,
밥 먹기 위해 아침에 어떤 집에 올라가니
"밥이 덜 됐으니 천천히 오시오." 하기에
다른 집으로 옮겼지.
잘사는 집에 가니까 풍골이 좋은 사람이
떡 보더니 "스님 들어오시오.
아침을 여기서 우리가 대접할 테니 다른 데
가지 말고 들어오라" 이 말이여.
'아니, 주면 주고 말면 말지. 거드름은 왜 피워?
난 안 들어간다 이 말이지.
' 얻어 먹을 때도 고집 많은 중이니까.
"뭐 하나 스님한테 여쭤 볼게 있습니다."
그러는 데야 안 들어갈 수가 없지.
안 들을려고 하는 사람도 귀를 끌어
대고 이야기해 줄 판인데. 그래서 들어갔지.
"불교를 한마디 일러 줄 수 있습니까?"
이렇게 묻는 거라.
그래서, "불교를 한마디도 하기 전에 일러
줄 수 있는데, 그대가 한마디
불교를 알아들을 수 있는지 의심스럽소."
그 이도 말귀를 척 알아듣고,
"내가 여기 천도교 교령입니다.
내 제자가 한 3,000명 되는데..."
"아 그러면 천도교를 한 마디로 할 수 있느냐?"
그러니 대번에 이야기 하는거라.
"천도교는 혼돈에서 일기시생(一氣始生)이라.
한 기운이 뻗쳐서 거기서 펼쳐져 팔괘가
생성하여 우주 만상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하나로 집중해서 통일을 하면
하나를 깨쳐 우주 전체를 압니다."
"당신네는 혼돈 하나를 가정해 놓고
그 혼돈에서 일기시생하고,거기서 음양이 일어나고
팔괘가 벌어져서 우주가 성립된다고 하니,
불교는 주체인 자기도 모르고 우주도 모르고
송두리째 모르는 것 뿐이요.
바늘 끝 하나 세울 데 없이 송두리째 모르는 덩어리
그것을 타파하면
하나도 여지없이 다 알아 버리는 게 불교입니다."
그러니까 무릎을 탁 치면서
"과연 불교가 큽니다."
그래도 말귀는 알아들었거든. 자기는 혼돈이란 것을
결정해 놓고 의심해야
되는데, 불교는 전부 모르는 것 뿐이다.
송두리째 모르는 것 뿐이지. 혼돈이고 뭐고
그것 누가 정해 놓았느냐?
넋 빠진 소릴 말라 이거여.
전부 모르는 걸 알면 전체를 알아 버린다.
당신들은 혼돈이니 음양이니 팔괘니 벌써
가정해 놓고 하는데,
알아 봐야 그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해.
그 이가 손뼉을 치면서 대번에 알아 들었어.
- 서암스님의 '소리없는 소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