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 가면』
시린눈으로 아지랑이 손짓을 따른다. 봄 내음이 간질 간질 겨트랑이에 매달린다.
코끝이 너무 상큼하다. 자운영 붉은 불길이 활활 타올라 자꾸만 뒷걸음질 치다 가
논두렁에 벌렁 드러눕는다.
*쌀로 배로 채운다는 걸 상상도 못하던 시절. 굶주린 배를 보리밥으로 겨우 채웠다.
그래서 보리는 어려웠던 시절 서민의 애환을 간직하고 있으면 보리고개란 말이 생겨
났을 정도 였다. 우리나라 오곡 가운데 쌀 다음이었다.
봄 들녁을 가장 먼저 물들리는 게 보리다. 봄 기운이 잔뜩 부푼 가슴을 싸안고 보리밭
사잇길을 걷는다. 삭막하기만 했던 들판이 파래지면서 펄펄 생기가 되살아난다.
보기만 해도 마구 뒹굴고 싶은 자운영 밭은 누군가 방금 전에 불을 붙인 듯하다.
저만 큼 떨어져 있어도 이내 얼굴이 화끈 거릴 정도다 우리 봄 들녁은 이런 그림이
었는데 이제는 봄나들이를 가 보아도 녹색으로 물들어야 할 들녁은 칙칙한 회흑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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