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음 방
방가^^* 오늘도 즐거운 하루가 되시길.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
15 성탄제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러히 잦아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이윽고 눈 속을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어느새 나도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설어운 설흔 살 나의 이마에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15 성탄제 - 김종길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러히 잦아지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이윽고 눈 속을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어느새 나도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설어운 설흔 살 나의 이마에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16 혼자 가는 먼집 // 허수경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 거리며 한대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 것을 이만큼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
당신을 부릅니다 단풍의 손바닥, 은행의 두 갈래 그리고 합침 저 개망초의 시름,
밟힌 풀의 흙으로 돌아감 당신......, 킥킥거리며 세월에 대해 혹은 사랑과 상처,
상처의 몸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이
나에게 기대와 저를 부빌 때 당신......, 그대라는 자연의 달과 별......,
킥킥거리며 당신이라고......, 금방 울 것 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 설 음식도 없이
맨술 한 병 차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 것을
킥킥 당신 이쁜 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 수 없는,
무를 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